B2B 기업도 브랜딩이 필요할까? - 23년 8월의 독서

B2B 브랜드 마케팅, 배민다움, 지적자본론을 읽고 브랜딩에 대해 생각해봤다.

B2B 기업도 브랜딩이 필요할까? - 23년 8월의 독서

B2B에서도 브랜딩이 핫한 주제가 될 수 있을까?

B2B 기업은 브랜딩이 필요없다. 있더라도 최소한이 되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B2B 기업의 브랜딩에 있어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B2B 기업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일까? 심지어 B2B 마케터 모임에서도 브랜딩은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 주제다.

물론 B2C 보다는 업무의 중요성이 높지 않다는 것은 공감한다.

스타트업의 경우 제품과 서비스의 유동성이 심해 최소한의 브랜딩을 추구하는 것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작년부터, 그리고 인덴트에 합류한 지금도 마음 속에서 브랜딩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그것을 조금씩 발산하는 중이다.

이번 달에는 작년에 읽었던 필립 코틀러의 <B2B 브랜드 마케팅>과 브랜딩의 정석 같은 책 <배민다움> <지적자본론>을 읽었다.

<배민다움>만 새로 읽었고, 나머지 두 권은 작년에 이미 봐서 2회차로 보고 싶은 부분만 넘기면서 읽었다.

B2B 브랜드 마케팅 - 고객의 시간을 줄여주는 브랜딩

작년에 알라딘에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땐, 두께에 비해 가격이 싼 게 참 마음에 들었다. 수요와 공급 법칙을 생각하면 그만큼 사람들이 이 책을 찾지 않는거겠지?

그래도 속는 셈치고 읽기 시작했는데 웬 걸, 역시 유명하신 분이 쓰신 만큼 가치 있는 내용들이 많이 있었다.

이번 달에 읽은 책 3권 모두 해당하는 부분이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도 브랜딩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것으로 시작한다.

브랜딩을 시작하기 좋은 시점, 어떤 범위까지 브랜딩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기업 성장에 활용하는 방법까지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다.

B2B 브랜드 마케팅의 단계
B2B 브랜드 마케팅의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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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브랜드 마케팅 챕터별 주요 내용

1. 브랜딩 의사결정 : 브랜딩을 하기 적절한 시기는? 성장 가속화 시기
2. 브랜딩의 영역 : 제품, 기업 브랜딩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
3. 브랜딩을 통한 가속화 : 브랜드 미션과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4. 성공 스토리 & 전망 : 다양한 성공사례와 미래에 대한 예측
5. 브랜딩의 함정 : 정말 많은 기업들이 하는 브랜딩 관련 실수

방대한 내용 중에서 하나의 핵심을 꼽아보자면, 우리가 추구해야할 B2B 기업의 브랜딩은 '고객의 시간을 아껴주고 불안을 해소하는 것'에 집중해야한다는 점이었다.

만약 B2B 기업이라도 브랜드가 정립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는 구매과정의 고객에게 더욱 많은 시행착오와 정보탐색을 하게 만들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경쟁사로 넘어가는 고객도 많이 생긴다. B2B 기업이라도 TOM(Top of mind)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나는 그래서인지 설명적인 브랜드 네임을 좋아하는 편이다.
글로벌에서는 '세일즈포스', '페이팔', '링크드인' 정도가 생각나고 국내에서는 '브이리뷰', '채널톡', '세일즈클루', '번개장터' 등등? 쓰고보니 전부 IT 서비스다.

공통적으로 읽기만해도 대충 뭘하는 브랜드인지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그 점이 참 좋다.
실제로 구글에 검색해서 사이트에 들어가면 딱 그 브랜드들이 제공할만한 좋은 콘텐츠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로고나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이런 탐색 경험 자체가 원활할때 좋은 B2B 브랜드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만 더하자면, B2B 기업들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낮추기 위해 '제품 브랜드'와 '기업 브랜드'를 가능하면 일치시키는 게 좋다고 한다.
작년에 읽을 때 참.. 치열하게 살았구나
작년에 읽을 때 참.. 치열하게 살았구나

배민다움 - '~다움'이라는 것이 있다면 좋은 브랜드!

위에서 이야기한 브랜드의 기능적 측면, 고객이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브랜드를 갈고 닦는 것에 있어 배민은 큰 족적을 남긴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배민이 이미 돈을 잘 벌고 있는 중견급 이상 기업이라고 생각했다.
엥? 소리가 나오는 특이한 TV 광고들도 많이 내고 마케팅에 돈을 아낌없이 팍팍 쓰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시에 나는 배달음식을 거의 먹지 않아서(자주 먹는 치킨집은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 배민도 설치한 적이 있는 지 없는 지도 몰랐지만 배민 광고는 항상 머릿 속에 남았다.

책을 읽고보니 당시엔 진짜 큰 베팅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을 향한 마케팅은 선택이 아닌 필수?
대중을 향한 마케팅은 선택이 아닌 필수?

배민이 이렇게까지 해서 대중의 머릿 속에 주입한 것은 결국 '배민이 배민했다'라는 이미지 였던 것 같다.

나만 그럴수도 있는데 요기요나 배달통 같은 브랜드에서는 확실히 그런 게 안느껴지거나 덜 했다.
*요기요의 피치피치피보부는 기억엔 확실히 남았지만, 그냥 얼탱이가 없었던거지 와닿진 않았던 것 같다.

일관성과 지속성, 브랜딩 불변의 법칙!
일관성과 지속성, 브랜딩 불변의 법칙!

지금이야 물론 김봉진 대표님이 배민을 완전히 떠나고도 꽤 시간이 흘렀고,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니라는 느낌도 들지만 배민은 여전히 배민스러운 느낌이 들어 좋다.

이런 느낌을 만드는 비결은 뭘까?

지적자본론 - 기획과 디자인, 브랜딩은 제안과 설득

<프리워커스>와 <배민다움>에서 공통적으로 기획과 디자인, 그리고 마케팅과 브랜딩에 있어 언급한 책이 바로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이다.

공간 기획과 브랜딩에 있어, 전설적인 업적이라 할 수 있는 츠타야 서점과 다케오 시 시립도서관이 이 분의 작품이다.
*아직 여권도 없는 내가 꼭 가보고 싶은 해외여행 코스가 바로 이 곳이다.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사람들에게 제안할 것인지 치밀하게 고민한 결과물은 성공적이었고, 대부분의 서점 디자인을 180도 바꿔버렸다.

오프라인 매장만의 매력을 만들고 표현한다는 것
오프라인 매장만의 매력을 만들고 표현한다는 것

국내 서점 중에서는 독립서점과 더불어 아크앤북이 프랜차이즈 중에서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서점구경이 재밌어지는 데 큰 역할을 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기획과 디자인에 있어, 항상 제안을 담고 있어야한다는 문장은 이후에 내가 일을 생각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번 달의 짧은 결론

좋은 마케팅의 본질은 설득, 그리고 브랜딩은 그 설득과 제안을 축적하여 다음 사람을 더욱 편하고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이건 B2B에도, 오히려 B2B라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